한국에서는 12세기 고려 시대에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가 가장 오래된 역사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전 시대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에도 역사책이 존재했다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소실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삼국사기에 적혀있는 내용을 토대로 이전 시대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조선 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이전 시대의 역사를 정리하고 새롭게 편찬하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고려 시대 최초의 역사책 김부식의 삼국사기
김부식은 고려 시대의 귀족 출신으로 신라의 역사를 중심으로 기록한 삼국사기라는 역사책을 편찬합니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총 50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왕에 대한 기록과 당시 사회의 문화와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김부식은 당시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 객관적인 사실을 그대로 기록했지만 법흥왕과 선덕여왕에 대해서는 비판하며 주관적인 역사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적인 이야기에 대해 믿을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면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국사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김유신으로 총 3권 분량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장보고, 계백, 연개소문 등 다양한 인물들이 기록되어 있고 황룡사의 나무 벽화를 본 새들이 진짜라고 착각하고 앉으려 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고조선의 역사를 소개한 일연의 삼국유사
일연은 13세기 고려 시대의 승려로 왕에게 불교를 가르치는 스승 역할을 할 정도로 존경받는 스님이었습니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쓰게 된 계기는 당시 사회적인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일연이 살아가는 13세기는 몽골의 침략으로 고통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고려뿐만 아니라 동맹 관계였던 중국의 한족까지 몽골에게 무너지면서 고려의 백성들은 더욱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연은 삼국유사라는 역사서를 편찬하게 됩니다. 물론 일연이 스님이기 때문에 불교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고조선, 가야, 부여 등 고대 시대 국가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책입니다. 이 역사서에는 고조선과 단군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신화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 또한 우리의 역사라고 강조합니다. 당시 몽골과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에게 조상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주체성과 자부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에 편찬된 역사서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많은 역사책들이 편찬됩니다. 가장 먼저 조선의 왕 태조는 자신들의 조상인 고려의 역사를 남겨놓기 위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라는 책을 편찬합니다. 고려사는 왕의 업적을 중심으로 서술되었고 고려사절요는 신하들의 활동과 직책을 정리하여 기록한 책입니다. 이 역사책들의 공통점은 왕과 신하와 같은 지배 계층에 대해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백성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고려의 역사에 대해서는 건국 초기는 나라가 발전하는 시기로 평가하고 후기는 부정부패로 인해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고려사가 총 139권으로 35권으로 구성된 고려사절요보다 많지만 중복되는 내용이 거의 없어 둘 다 살펴볼 가치가 있습니다.
조선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역사서는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조선의 왕이었던 태조부터 철종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왕과 신하들의 여러 활동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사서의 요약본 사략
사략은 역사책을 보기 쉽게 요약한 요약본으로 동국사략이라는 책이 대표적입니다. 동국사략은 조선의 왕인 태종의 명으로 권근이 집필한 책으로 조선 초기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앞서 집필된 삼국사기에는 없는 내용인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 삼한에 대한 역사가 새롭게 실렸습니다. 동국사략에는 충절, 지조와 같은 유교적인 이념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어 조선 시대 양반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서 동사강목과 발해고를 편찬하다
조선 후기에는 실학자들이 등장하며 많은 역사책을 편찬합니다. 그중에서도 안정복의 동사강목과 유득공의 발해고가 대표적입니다. 동사강목은 총 20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선의 왕인 영조 때 시작되어 정조가 완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당시 중국의 역사를 주로 공부하고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는 무지한 관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 중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에 대한 독자성과 자부심을 고취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발해고는 총 9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하들의 활동과 관직, 언어 등 다양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편찬된 역사서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발해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는데 유득공은 발해도 우리 역사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해고를 편찬합니다. 발해의 왕과 신하들은 고구려의 영토를 흡수하고 확장하면서 그들의 역사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득공은 발해의 역사에 대해 더 자세히 기록하고 싶었지만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한계에 봉착하고 탄식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권의 책에 최대한 자세하게 발해에 대해 기록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 유득공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가 중 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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