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은 헤로도토스와 사마천의 시대를 포함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기 시작한건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서양은 로마 시대부터 이미 역사책이 편찬되고 있었고 동양에서도 사마천 시대부터 역사책은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역사라는 학문은 왜 생긴 지 200년밖에 되지 않았을까요? 현대 사회에서 역사는 사료를 검토하고 발굴된 유물과 유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과거에 대해 알아내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역사학의 개념은 근대 시대에 들어와서야 제대로 정립됩니다. 고대, 중세 시대의 사람들은 역사를 학문이 아닌 문학으로 바라봅니다. 근대 시대의 역사학자 랑케는 역사가 독립된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는 데 큰 공을 세웁니다.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 랑케
랑케는 역사를 체계화시켜 학문으로 만든 19세기 서양의 역사학자입니다. 독일에서 학생들에게 고대 시대의 문학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서양 고전학에 관해 공부합니다. 이후 게르만 민족에 대한 역사책을 출간하면서 역사가로 이름을 알립니다. 이 책에서 랑케는 사료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서술합니다. 역사가는 역사를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랑케는 사료를 구하기 위해 현장을 답사하기보다는 문서보관소에서 과거의 기록을 찾아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기록들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를 알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랑케는 많은 공부를 했고 사료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훈련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을 체계화시킨 랑케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역사가의 주관적인 판단을 중요시한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라는 문구를 남기며 역사가의 주관적인 판단도 중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책에 기록합니다. 랑케는 역사란 객관적인 사실만을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카는 역사를 기록할 때 모든 사료를 연구할 필요는 없고 역사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선택한 것들만 분석해도 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신문의 경우 어제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이 기록되지는 않습니다. 편집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내용들만 신문에 실립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가가 주관적으로 선택한 사료는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며 기록되고 다음 세대에게 전해집니다. 따라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의 구조를 파악한 토인비
토인비는 과거에 존재했던 20개 이상의 문명들을 비교, 분석해 역사의 연구라는 책에 기록합니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명은 새로 탄생하고 성장한 후 점차 쇠퇴하여 멸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는 모든 문명은 성장 과정에서 항상 외부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 문명은 성장 과정에서 나일강이 범람하는 도전을 받았습니다. 적당히 자극이 되는 도전을 받으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토인비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내부적인 갈등이 생기고 분열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명이 쇠퇴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려면 여러 도전을 성공적으로 방어해야 하고 사회 구성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계급에 대해 정리한 마르크스
마르크스는 사회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재화의 양이며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사회 구성이 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하고 가난한 시대에는 개인이 개인을 지배하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소유욕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재산을 빼앗고 지배하는 사회가 됩니다. 사회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왕이라고 불리면서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가장 많은 재화를 차지하게 됩니다. 마르크스는 사회가 역사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산이 부족하고 가난한 원시 사회부터 자본가들이 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까지 조금씩 발전해 나가면서 결국에는 능력에 따라 차등으로 대우를 받는 이상적인 사회에 도달할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생각했습니다.
오늘날의 역사학
최근에는 평범한 사람들을 탐구해 그들의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풀어낸 역사서들이 많이 편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미시사라고 부르는데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는 것처럼 사소한 내용도 놓치지 않고 역사를 서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큰 사건을 주제로 역사 연구가 진행된 적이 많았는데 큰 사건 내부의 세부적인 부분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미시사가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의 모든 관직을 다 알고 있다고 해서 조선 사람들의 역사를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큰 구조를 통해 대략적으로 역사를 추측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를 서술하는 역사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처음으로 활용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역사가 카를로 긴즈부르그입니다. 그가 집필한 책에서는 16세기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시사 방식으로 쓰여진 역사책은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고 이야기식 문체를 도입해 소설처럼 재미있게 적혀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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