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 서적 중에는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내용을 주제로 선택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통제로 많이 쓰이는 아스피린에 대한 역사를 서술한 책도 있고 먼지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역사를 적은 책도 있습니다. 아스피린이나 먼지도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대상도 역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의식주에 포함된 다양한 물건들이 역사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기록된 아스피린과 먼지
아스피린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통증을 가라앉히는데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진통제는 버드나무 껍질이 주요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버드나무가 병이 든 잎을 빨리 시들게 해서 가지를 떨어뜨려 병균이 퍼지는 것을 막는 모습을 보고 핵심 성분을 추출해 약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하나의 역사로 정리해 책에 담았습니다.
먼지는 쾌적한 생활을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존재로 인류의 모든 역사와 함께 해 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역사라는 책에서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로 먼지와 함께 생활해 온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먼지와 싸워 이겨야 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먼지와 오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냥 바닥에 버렸고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뿌렸습니다. 상하수도 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먼지, 벌레와 함께 비위생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위생 관련된 도구들이 발명됐고 비위생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아주 작은 존재들도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역사를 바꾼 음식들
인류 역사에서 음식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역사서에 기록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쌀은 청동기 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합니다. 만약 농사가 잘 안되면 굶는 사람이 많아지고 민심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농사는 나라에서도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분야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이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역사가인 페르낭 브로델은 인류의 역사에서 음식은 두 종류로 나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기를 섭취하는 사람들과 빵과 죽, 야채를 먹는 사람들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들은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데 많은 역할을 합니다.
밀가루는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 중 하나입니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밀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가 발달합니다. 당시 밀의 가격이 고기나 생선, 계란보다 10배 이상 저렴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가격 차이 때문에 생긴 일화로 루이 16세와 그의 아내 앙투아네트의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과거 프랑스에 흉년이 들어 빵을 구하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고 말해서 대중들이 분노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프랑스 혁명의 시작입니다.
유럽의 에너지원 감자
감자와 옥수수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물 중 하나입니다. 안데스산맥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재배되던 감자는 16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발견하면서 유럽으로 넘어옵니다. 처음에는 소화가 잘 안되고 끈끈한 식감에 인간의 음식보다는 동물의 사료로 썼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8세기 이후부터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기근을 피할 수 있는 구황작물로 알려집니다. 프랑스는 흉년이 들어 빵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때 국민들에게 감자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역사가들은 감자 덕분에 인류가 굶지 않을 수 있었고 인구 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밀과 비교했을 때 같은 면적에서 감자가 2배 이상의 수확량을 보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감자는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자는 아일랜드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감자에 의존하면 안된다는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19세기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아일랜드는 생산이 쉬운 감자에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감자가 마름병 이라는 병균에 감염되자 굶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250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감자에 의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기호식품 커피
우리가 평소에 기호식품으로 즐기는 커피는 세계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커피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이슬람 사람들이 음료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합니다. 커피 중에서 모카라는 명칭은 아라비아반도에 위치한 항구 이름을 본따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오스트리아에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으로 전파되었고 고급문화의 상징으로 유럽에 알려지게 됩니다. 또한 카페라는 명칭은 왕과 귀족 세력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모여서 정치적인 비평을 쏟아내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농장은 브라질에 위치해 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커피를 주식처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요소들
앞에서 알아봤던 음식 외에도 인류 역사에 영향을 준 요소들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기후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 물에 잠기는 섬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17세기에는 갑작스럽게 전 세계의 기온이 내려가 소빙하기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그동안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 요소들을 알아보면서 인간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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