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에 기록되는 사람들과 역사를 바꾸는데 영향을 준 요소들을 이전 글에서 적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를 기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몇 가지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역사학에 소개된 흥미로운 이야기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을 통해 역사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지루한 교과서 보다는 만화나 위인전을 통해 역사를 접했던 것 같습니다. 허구의 이야기가 섞여 있지만 단군의 탄생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장수들, 조선의 광복에 도움을 준 사람들까지 역사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고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배우는 역사학에서는 지루하고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줄어듭니다. 재미있게 이야기로 풀어서 설명하기보다는 교육 과정 중 하나로써 전통적인 역사를 배우게 됩니다. 중학교 교과서에는 고대에서 근대 시대까지의 역사를 배우게 되고 고등학교부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별로 나누어 분석하고 여러 사회적인 현상들에 대해 세부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결과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암기해야 할 내용이 많아지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는데 거부감을 가지는 학생들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 사극은 재미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비주얼로 역사에 흥미와 재미를 줍니다.
역사학에 적용되는 도덕적인 판단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예전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다양한 삶과 사건들을 알게 됩니다. 위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는 책을 읽어보면 인물을 평가하는데 도덕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종은 훌륭한 왕으로, 연산군은 나쁜 왕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는 이런 도덕적인 판단은 제외하고 사건을 설명하고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세종은 훌륭한 왕이 아니라 왕권과 신권을 조화롭게 만든 왕으로 묘사합니다. 이처럼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건 역사를 공부할 때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선과 악으로 구분해 인물들을 설명하지만 교과서에서는 도덕적인 판단은 하지 않고 그런 일이 일어난 원인만 파악하기 때문에 도덕성과 윤리는 제외하고 인물을 설명합니다.
도덕적으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사건이나 조선 시대에 민중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던 일본군은 도덕성과 윤리를 제외하고 바라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고대 시대에 존재했던 노예제도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도덕적으로만 구분하게 되면 그 사건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을 판단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역사학과 과학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은 모두 과거에서 이어져 온 것입니다. 과거에 발생한 일을 이해하면 현재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역사를 탐구하는 과정은 과학에서 원인을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역사와 과학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둘 다 이유를 따지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역사학자들은 왜 신라가 통일을 이뤘을까?, 왜 고려는 멸망했을까?, 반란이 왜 일어났을까? 등의 많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새로운 국가가 생기고 영웅들이 탄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학문이 역사입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도 이 원인에 대한 답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역사와 과학의 또 다른 유사점은 언제든지 새로운 사실로 교체되고 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명왕성은 1930년부터 70년 동안 정상적인 행성으로 분류되었으나 해왕성과 궤도가 겹치고 불규칙하게 움직인다는 이유로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합니다. 지금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사실도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의 예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습니다. 뉴턴이 발견한 법칙은 20세기 아인슈타인에 의해 조금 더 보완됩니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등장하는 중력이 왜 발생하는 건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에 의해 공간이 휘어지는 것이 중력이 발생하는 원인이다 라는 내용을 상대성 이론을 통해 밝혀냅니다. 이번에는 역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신라의 무덤에서 발견된 천마도는 최근 연구에서 자작나무 껍질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만약 그 이전 시대인 고조선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고인돌과 청동검의 분포를 연구하면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모내기법이 등장하면서 부유한 농민들이 나타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역사도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찾아내 이론을 정립한다는 부분에서 과학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그리스의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길 가는 네그네를 집으로 초대해 침대에서 쉬고 가라고 제안합니다. 이때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은 사람은 다리를 늘려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이를 본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그를 처단하면서 그의 악행도 끝이 나게 됩니다. 역사는 과학과 유사하지만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지만 미래를 예상할 뿐이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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