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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역사학과 소설의 차이점

by tisedrmdl1 2024. 10. 3.

역사학이란 과거의 객관적인 사실들을 역사가가 서술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인 사료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전 글에서 우리는 역사가들이 사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누어 알아봤습니다. 첫 번째는 객관적인 사실과 그 증거인 사료를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읽은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역사가의 주관과 객관적인 사실을 적절하게 섞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외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역사가들이 등장합니다.

 

역사학과 소설의 차이
역사학에서 소설의 의미

 

 

상상력이 가미된 역사

꾸며진 이야기 즉 허구의 이야기를 역사에 도입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역사와 소설은 분명히 다른 장르입니다. 역사는 역사가의 주관이 담긴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소설을 역사에 대입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살펴봤듯이 사료만 가지고는 역사를 완벽하게 복구할 수 없고 왜곡되어 기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뒤에 일어났던 사건을 살펴보면서 아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라는 역사가의 추측을 더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설의 허구를 역사에 대입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역사학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용이 너무 어렵고 지루해서 흥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사극과 같은 드라마나 소설을 통해 역사를 접하는 건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드라마나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역사적인 사실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역사와 관련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만드는 제작진들도 얼마든지 과거와 현재의 대화는 가능합니다.

 

많은 관심을 받는 역사적인 가공물

2001년 제작된 김훈의 칼의 노래는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역사 교과서에서 배우는 이순신에 대한 내용보다 더욱 생생하게 당시의 역사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독자들은 그때 당시 조선과 일본의 입장과 국가의 위기 앞에서 이순신이 보여준 행동에 대해 교훈도 얻으면서 흥미롭게 글을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순신에 대한 전문적인 역사서나 연구서보다 더욱 쉽게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는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어 감정이입 하면서 당시 연산군의 심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실제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이러한 소설이나 영화의 내용들을 수업에 도입하여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는 방법을 연구하곤 합니다. 이제 대중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두꺼운 역사책보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접하고 호기심이나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여 이야기를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이 역사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만화처럼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역사책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접하게 되는 전통 역사학은 딱딱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흥미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재미있는 역사학 마르탱 게르의 귀향

최근에는 드라마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와 반전을 통해 독자가 역사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역사서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작가는 책을 집필하면서 영화도 함께 제작했는데 최근 프랑스에서 서머스비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16세기 중세 시대 프랑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가지 특징은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적 요소가 동시에 적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르탱 게르는 어린 나이에 마을의 전통에 따라 부모님이 정해주신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들과 불화를 겪은 후에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몇 년이 지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지만 가족들과 재산 싸움을 하게 되고 재판까지 가게 됩니다. 이때 삼촌이 마르탱을 가리키며 그가 마르탱의 행세를 하는 가짜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의 어렸을 적 추억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어 가짜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재판장에 진짜 마르탱이 나타났고 결국 그동안 그가 마르탱의 행세를 하면서 살아온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상상력이 추가된 역사학을 바라보는 시선

마르탱 게르의 귀향은 재미있으면서 중세 시대의 역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역사서입니다. 이 책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면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마르탱과 그의 아내는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서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중세 시대에는 집안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랑이 없는 결혼도 할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이렇게 당시 사회의 역사적인 의미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은 객관적인 사실에 역사가의 상상력을 더해 사람들이 역사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 있습니다. 최근 역사학은 과거와는 다르게 상상력을 더해 소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로 집필되고 있습니다. 반전이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면서 역사책이 쓰여지고 있습니다.